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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빈폴 (Bean Pole)

by 밤거미 2021. 2. 28.

찾아본 결과, Bean Pole은 키다리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야는 키가 커 키다리라고 불린다.

오랫동안 보고싶었으나 보고싶지 않아서 피했던 전쟁의 폐해를 다루는 영화다. 미루고미루다가 결국 봤다. 오늘은 좀 괜찮은 심리상태인것 같아서. 2차세계대전의 레닌그라드 공방전 후의 시대를 다루고 있다. 900일 공방전 끝에 만신창이가 된 러시아의 레닌그라드가 배경이다.

 

우선 처음부터 끝까지 영상미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초록색 , 붉은 색 대비의 향연이었다. 이야는 처음부터 초록색옷을 계속 입다가 마지막에는 붉은색 옷을 입고, 마샤는 붉은 색 옷을 입다 마지막에는 초록색 옷을 입는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보통 그렇듯이 초록은 치유, 성장, 희망을 의미하고 붉은 색은 상처를 의미하나? 적녹대비가 정교하게 배치된 화면이 정말 매혹적이었다는 것은 확실했다. 이야와 마쉬가 거주하는 집, 녹색의 멱지와 주황빛의 나무들, 중간의 초록색 페인트까지처음 부터 끝까지 명화를 연상케하는 따뜻한 느낌의 영상미였다. 

 

이야가 전쟁으로 얻은 병때문에 비극은 시작된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아 이 영화는 마쉬가 이야를 원망하는 과정일거라고 예측했다. 둘은 둘도 없는 친구고, 이야는 불시에 찾아오는 마비 때문에 마쉬의 아들을 죽이게 된다. 아들이 죽은 것을 알게 된 마쉬는 이야를 원망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웃으며 이야에게 춤을 추러 가자고 하고 가는길에 만난 남자와 관계를 맺어 아이를 다시 가지려 할 뿐. 그런데 알고보니 사실 마쉬는 전쟁에서의 사고 때문에 불임이다. 기적을 바랄 수 없다는 걸 알게된 마쉬는 이야에게 자신의 아이의 죽음의 책임을 아이를 가짐으로써 지라고 종용한다. 이야는 선택지가 없고, 결국 몰래 안락사를 시키고 있던 병동의 부대장을 협박해 이야와 관계를 가지도록 한다. 

 

 

보면서 알았다. 나는 마쉬가 아이를 잃은 아픔을 어떻게든 해소하고자 이야에게 대가를 요구하는거라고 생각했다가, 끝까지 본 이후로 마쉬는 이야를 잃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야와 함께하는 일상을 자신의 원망으로 잃지 않기 위해, 이야는 마쉬를 잃지 않기 위해, 아둥바둥 거리는 것이 이 영화의 천체 스토리라고 생각된다.

 

이 둘의 발버둥의 근간은 전쟁에 있다.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마쉬는 '복수'를 하기 위해 이야와 아들을 보내고 전장에 남았다. 이야의 눈빛에서 아들이 잘못된 것을 예감한 마쉬는 복수하지 말고 같이 갈걸, 하고 후회한다. 전쟁에서 얻은 병으로 이야는 마쉬의 아들을 질식해 죽게 만든다. 그 후 마쉬를 잃지 않기 위해 마쉬가 하라는 대로 다 따르게 된다. 마쉬는 자신을 지탱하기 위한 존재를 원한다. 그것이 아이라고 하지만, 자식을 잃은 상실감에 발버둥 치는 게 아닐까? 

전쟁이 낳은 비극. 아주 많은 콘텐츠에서 다뤄진 소재이다. 그런데 그속에서 여자는 주된 캐릭터는 아니었다. 빈폴에서 이야와 마쉬는 전쟁터에서 전우였고, 전역 후 병동에서 일한다. 이 둘은 전쟁이 주는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살기 위해 발버둥친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부유한 찌질이 사샤의 집에 여자친구로 소개받으러 갔던 장명이었다. 사야의 엄마는 남편이 있었고, 전역했다는 마샤의 말에 기다렸단 듯 자신의 예측을 늘어놓는다. 전쟁터에는 발을 들이지 않은 보조역할, 즉 군대 부인이었겠군요, 영웅은 전쟁터에만 있는 것이 아니지요, 같은 어쩌면 세상의 대부분이 생각하는 여성이 전쟁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늘어놓는다. 마샤는 코피를 쏟고 난뒤 사샤의 엄마의 기대에 맞춰 제일가는 창녀가 되어준 후 웃으면서 집으로 간다. 마샤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일에든 웃는다. 마샤의 미소는 웃음이 아니라 마치 어떤 감정을 느끼는 것에 대한 반사작용처럼 보인다. 

열차를 카고 가던 마샤는 열차에 어떤 키다리가 치인 것을 모고 자신이 아는 키다리가 아니길 바라며 집으로 뛰어간다. 집으로 뛰어가는 길의 배경은 초록빛이다. 마샤가 조금은 이야에 대해 용서하고 자신읨 마음을 깨달았다는 것인가?

방문을 열면 그곳엔 마비 증세를 보이는 붉은 빛의 옷을 입은 이야가 앉아있다. 마비증세가 끝난 이야는 마샤에게 자신의 속이 텅 비었음을 고백한다. 마샤, 난 임신하지 않았어, 와 글자 그대로의 뜻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마샤는 미소를 거두고 진실을 말하는 이야의 입을 막고 자신이 바라는 미래를 묘사한다. 나는 너와 아이의  곁에 있을 거야, 그 이외의 어떤 인물도 필요없어. 우리의 아이는 너와 나를 닯고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거야. 둘은 서로를 보며 웃고 포옹한다. 이야는 붉은 색 옷을 입고, 마샤는 초록색 옷을 입고 있다. 붉은 색 옷을 입의 이야와 초록색 옷을 입은 마샤가 포옹함으로써 상처와 희망이 섞인다. 성장인가? 잘모르겠다. 

 

 

줄거리를 죽 늘어놨을 뿐이니 감상문이라고 하기엔 좀 어폐가 있다. 이 영화는 색을 아주 효과적이고 아름답게 쓰는 것에 성공했고, 전재으로 인한 비극에 두 연인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를 잘 표현한 드라마였다. 참 아름다운 영상이었지만, 동시에 전쟁의 영향을 아주 잘 표현해서 참혹했다. 이야의 마지막 대사 내속은 텅 비어 있어. 이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임신은 아닐지언정 이야에겐 마샤에 대한 사랑이 남아있다. 마샤에게도 이야에 대한 사랑이 있다. 이둘은 서로 포옹했고, 알콩달콩 살았으면 좋겠는데... 마샤는 여전히 아이를 가지기 원할 것이고, 이냐는 그런 마샤의 뜻을 따라야 겠지. 이 모든건 전쟁때문이고, 전쟁또한 인간이 일으킨거고... 참 많은 생각이 드는 영화다. 그럴 줄 알고 끝의 끝까지 미뤘던 영화긴하지만.

 

수정은 나중에 할래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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