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고 왔고 이렇게 흘려보내기엔 아쉬우니까 감상평을 써본다.
비극이란 얘기를 보고 예매했기 때문에 해피엔딩이 아닌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비극이... 그리스 비극일줄은 몰랐다;
중간까지는 불륜남.. 고생해도 불륜남..하면서 봤다. 메타적으로는 이정현 배우님을 좋아하기도 하고 배역으로는 같은 이과로써(ㅋㅋㅋㅋ)자꾸 부인한테 이입이 돼서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서로 다른 결혼반지를 끼고 잡는 손에 대한 이야기가 아름답기 힘들지 않나.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많은 포인트 대사들에도 불구하고 둘의 첫 만남이었다. 서래가 얼굴을 돌려 마주보는 순간 짧은 정적과 숨소리가 나까지 숨을 들이쉬면서 해준의 표정을 살펴보게 만들었다. 끝까지 보고나니까 그 장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을 때 그 당시에는 와리가리했는데 그 반한 표정, 긴장하기 시작하는 표정부터 사실 이미 손쓸 수 없이 빠져들었다는 증표인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해준은 이후로 영화가 끝날 때까지 서래에게 깊은 바닷물에 빠졌을 때 그러하듯이 헤어나오지 못했다.
반면에 서래는 후반에서 고백했듯이 해준을 사랑하지 않았다. 혹은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나. 하지만 해준의 사랑을 들은 이후로 사랑이 시작되었다. 서래는 해준이 떠난 후에야 사랑을 깨달았으므로 헤어질 결심을 하고 싶어서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하고, 해준은 서래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잠을 못잔다. 그리고 서래는 영화의 마지막에 헤어질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고, 둘은 헤어지게 된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둘의 사랑의 감정선을 따라가지는 못했다. 어색하고 좋아보이는 데이트장면에서도 좋아보이네.. 이상의 감상이 들지는 않았다. 다만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잊혀지고 싶지 않아서, 사랑받고 싶어서 헤어질 결심이 도저히 서지 않아 헤어지기 위해 스스로 물구덩이에 들어가는 사랑에 대해서 상상이나마 조금 해볼 뿐이다. 비참하고 우울할때 날 사랑한다는 말을 곱씹으면서 그 순간을 버티게 하는 사랑에 대해 생각해볼 뿐이다. 서래의 사랑은 자기파괴적이지만, 본인의 뜻대로 되었기 때문에 서래에게는 메리해피엔딩일 수도 있겠다. 마침내, 해준은 서래를 평생 찾아헤매게 되었으므로.
둘은 서로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한적이 없다. 하지만 그 핸드폰을 깊은 바다에 던져버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너 때문에 나는 완전히 붕괴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는 화자의 상대에 대한 사랑을 실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말을 내내 곱씹어보면서 이런 말을 하게 만드는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는 점에서, 역시 망한 사랑은, 빠르고 깊게 공감에 가까운 감정에 이르게 하는 것 같다.
ps. 유태오배우가 출연한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이정현 배우의 키링남으로 나와서 웃기고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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