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다 보고나서 찾아보니 아무르는 사랑이라는 뜻의 단어였다. 이 영화를 찾아봤을 때부터 대충 노년의 사랑에 관한것이겠군, 하고 예상을 했고 맞았다. 아내를 사랑해서 죽이고 꽃을 사와 장식해준 남자의 심정은 어떨까.
새해 동안 정확한 사랑의 실험을 읽기 위해서 사랑에 관한 영화를 주구장창 봤다. 영화속 인물등이 사랑에 취해서 난리부르스를 치는데 나는 공감이 안가서 가만히 앉아 젠더역할은.. 주인공은 얼마나 이 경험으로 성장을 했나..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가 불의의 사고로 다친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어떤 기분이 들지 이런 생각이 이기적이지만 계속 들었다. 자신의 종말을 불의의 병이나 사고로 말도 못하는 상태로 맞게될 것 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없다. 하얗게 센 머리, 정정한 허리, 자신의 이상적인 모습을 상상할 것 이고, 나도 그랬다.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과 현실적이지 못한 사랑의 모습을 보니 정신이 번쩍들면서도 서글펐다. 동화에서 처럼 보기 좋게 돌아가는 세상은 없었지, 우리는 보기 싫은 자연재해와 같은 세상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상황은 주어지고, 사실 인간은 어떤것도 통제하지 못한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원하는 대로 세상이 주어지기를 물떠놓고 빌어야 하는 존재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저 상황에서의 마르지 않는 사랑이 정말 대단하고 부러웠다. 나는 죽을 때까지 저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아마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발 물러나서 영화의 영상미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원목가구, 피아노, 벽에 가득찬 책들이 너무 예쁘고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여서 보는 내내 감탄하면서 봤다.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을 그리면서 이렇게 아름답게 찍어낼 수 있다니 대단하다.
영화의 말미에는 여자가 아프다고 계속 소리를 지르는데, 그말이 무/마 와 발음이 비슷해서 이말이 아무르인가..?싶게 헷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사랑이었던 거지...ㅇㅋ
무엇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집의 수많은 액자, 책들, 물건들을 보면서 둘이 얼마나 많은 찬란한 순간을 같이 겪어왔는지, 얼마나 사랑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고,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나는 이런 사랑은 해본적이 없는데도! 남자가 아내를 대하는 태도에서 얼마나 아내를 소중히 여기는지를 느낄 수 있었고, 지쳐가는 남자의 모습에서,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부분만으로도 이영화를 보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가 그 사람의 지켜줘야 할 모습일까? 마지막에 가서 여자는 말을 제대로 하지도,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한다. 그 상황에서 그 사람을 계속 살려둔다는 건 오로지 가족들을 위한 행위라고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나였다면, 정신이 붙어있을 때 내가 상황을 인식못할 정도로 악화되는 상황이 온다면, 평안의 안식을 얻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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