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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한가운데 책을 읽고 있다. 내가 예전부터 은은하게 덕질을 하고있던 안예은님이 인생의책이라고 꼽았던걸 기억하고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보통 나는 책을 읽거나, 웹툰을 보거나, 드라마를 볼때엔 미리보기로 줄거리를 보고 내 흥미를 돋구는 경우에만 시도한다. 나이가 들수록 흥미를 돋구는 작품들이 줄어드는게 슬프다. 아무튼, 생의 한가운데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추천책이고, '생의 한가운데'라는 이름이 마음에 든단 이유로 어떤 정보도 검색해보지 않고 무작정 빌려서 무작정 첫장을 넘겼다. 그런데 그런 순간이었던 것이다. 인생의 책을 만난 운명적인 순간. 나는 이 책이 고전문학인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소 시대착오적인 전개가 나올것을 각오했다. 그래도 뭔가 얻을게 있겠지, 하는 오만한 생각으로 책을 앍기 시작했던 것이다. .. 2021. 8. 30.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 "가만히 당신의 감정을 느껴보세요. 혼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어떤 생각이 듭니까? 가만히 자신의 감정을 느껴보면...." 그가 하고자 한 질문은 이런 게 아니었을까? 당신은 어떤 종류의 사람입니까? 당신은 무얼 두려워하고 무엇에 분노합니까? 다른 어떤 사람도 곁에 없을 때 당신은 누구입니까? 물론 나는 그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 . . 술은 우리가 성숙한 방식으로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힘겨운 인생 경험을 박탈한다. 간편한 변신을 위해 술을 마신다면, 술을 마시고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된다면, 그리고 이런 일을 날마다 반복한다면 우리가 세상과 맺는 관계는 진흙탕처럼 혼탁해지고 만다. 우리는 방향 감각도 잃고 말 딛고 선 땅에 대한 안정감도 잃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2021. 7. 19.
욕구들 - 캐롤라인 냅 집에 오면서 학교에 두고온 캘롤라인 냅의 욕구들의 내용이 생각이 났다. 서문밖에 읽지 않았지만, 캐롤라인 냅은 나보다 20년은 먼저 태어났고 아마도 나보다 더 똑똑하고 이미 죽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공감가지 않는 내용이 없었다. 나는 중독적으로 핸드폰을 꺼내 내가 사고싶은 것을 찾아보고, 기분이 나쁜날이면 나에게 보상하는 심정으로 맛있는 것을 사간다.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날이면 자위를 해 성욕을 채우고 미묘한 죄책감을 느낀다. 나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하면서 욕구를 채우고자하고, 이 과정에서 죄책감을 느낀다. 내 인생의 성취감을 느끼고 영혼의 부족함을 채우고자하는 욕구를 느끼는 대신 매체를 통해 학습된대로 맛있는 음식, 맥주, 예쁜 물건의 소비 등의 '소확행'을 하고자 하는 욕구를 끊임없이 습.. 2021. 7. 9.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 다 보고 나선 입안이 썼다. 나는 이제 상당한 것들을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내 인생을 투영해서 보게 되어버렸다. 10년 전에 봤더라면 이렇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적인 스토리가 좋다고 했지만 내 기준에서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아지면 나도 모르게 한 발짝 뒤에서 오만하게 쳐다보게 되고, 마지막의 포레스트와 제니, 작은 포레스트의 그림 같은 뒷모습을 보면서는 결국 궁극의 행복은 정상적인 가족이란 말이지? 하면서 감독을 비웃게 되기도 했다. 그냥 모든게 슬프다. 책을 많이 읽지 말걸. 드라마 영화를 많이 보지 말걸. 좋다고 모든 걸 급하게 소비해버리지 말걸. 천천히 꼭꼭 씹어서 음미할걸 그랬다. 너무 많은 감정을 급하고 빠르게 휙휙 지나가 버려서 이제는 어떤 것도 그전처럼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없는 기분이다. .. 2021.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