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홍련
두 번째 보는 장화, 홍련 이다. 장화홍련 인줄 알았는데 쉼표가 있었다.
첫번째 봤을 때는 좀 공포영화 매니아의 짬바를 채우기 위해 의무적으로 봤던 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 오늘은 델마를 보려다가 장화홍련의 테마곡인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을 우연하게 듣게 되면서 장화, 홍련을 보게 되었다. 음악이 너무 좋았고, 대충 봤던 기억속에서 영화의 영상미가 좋았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새로 세팅한 스피커와 모니터로 보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델마는 내일 시간이 되면 보기로 한다.
아무튼 영화를 보기 전부터 워낙 유명한 영화고 동시에 해석도 많이 돌아다녀서 영화를 보면서 소품 하나하나에 의미부여를 하면서 봤다. 일단 예전에 어딘가에서 결국 이 영화는 유산에 대한 얘기다, 뭐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들어서 임수정이 유산을 한거라고…? 김갑수랑…? 나이차이실화야..? 이러면서 봤는데,, ㅎㅎ 아니었던 모양이다. 최소한 내가 끝까지 보고 해석하기로는 그렇다. 내가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시계.. 인형.. 옷장.. 옷들.. 집의 구조.. 등의 의미를 찾아내려고 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별개로 시계와 새는 정말 명확한 의미가 있는 소품이었다. 시계는 멈춰 있던 임수정의 시간을 돌리고, 결국 문근영의 인격이 죽었을 때 시계에 못질을 해 임수정의 시간을 보여준다.) 장화, 홍련은 친절한 영화였다. 엄마와 임수정과 문근영과 아빠가 잘 살다가 염정아가 들어와서 가족을 흔들었고 엄마가 자살한 옷장에서 엄마를 꺼내려다 문근영은 옷장에 깔려 죽는다. 당연히 옷장이 넘어졌으니 큰소리가 났고, 집 밖에 있던 김갑수를 제외한 임수정과 염정아는 그 소리를 듣는다. 먼저 간 염정아는 깔려 있는 문근영을 발견하고는 겁에 질려 방을 나간다. 그리고 임수정과 마주쳐 싸우게 된다. 임수정은 걸음을 하게 된 원인인 큰 소리는 잊고 염정아를 피해 밖으로 나오게 된다. 염정아는 “ 지금 이 순간은 평생 후회하게 될 꺼야.”라고 하는데… 염병… 구해줘야 할거 아니냐….
암튼 임수정은 저 대사를 듣고 코웃음을 치며 집 밖으로 걸음을 한다. 이 장면에서 나는 영화의 테마곡인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의 의미를 알게 된 것이다.
자신이 구할 수도 있었던 동생을 잃었다. 돌아버릴 만 하다. 임수정은 돌아버리고 인격을 두 개 만들어낸다. 동생과, 계모인 염정아의 인격을 만들어낸다. 자신이 구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미쳐서 염정아의 인격으로 끊임없이 동생을 괴롭힌다. 그리고 결국은 상상에서 염정아의 인격은 동생을 죽인다. 결국 모든 게 환각이었지만. 다시 돌아온 집에서 이 모든 경험을 한 뒤 결국 임수정은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실제 염정아는 집으로 돌아가 문근영인지 모를 아이의 원혼?에 시달린다. 그럴 만도 하다.. 눈으로 직접보고 안 구해줬잖아 … 죄책감으로 돌아버릴 듯. 아니면 어쩌면 진짜 문근영과 그의 엄마가 원혼이 되어 염정아를 괴롭히는 걸 수도 있고. 어느 쪽이든 염정아의 악몽은 이제 시작이다.
사실 장화 홍련이 기억이 안난다. 지금 찾아볼까…? 오 계모에 대한 얘기는 맞구나. 장화, 홍련이 있고 엄마가 병으로 죽자 계모인 허씨가 장화 홍련을 못살게 굴다가 장화가 허씨의 잘못으로 죽게되고 홍련은 따라 죽는다. 원한을 풀지 못한 두 혼령이 허씨 모자를 관아에 호소해 알게 된 부사가 허씨 모자를 벌하는 권선징악의 내용이군…
음 계모와 자매의 이야기는 맞는데 크게 관련이 있는 건 아니네.. 내가 궁금한 건 임수정의 환각 속에서 다른 인격인 염정아는 문근영을 죽여 자루속에 담는데, 결국 이 자루를 옷장 속에 넣는다. 그런데 이 옷장속에 자루가 너무나… 자궁 속 태반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에 임수정의 악몽속에서 귀신이 된 엄마의 다리사이로 피가 흘러내리고, 임수정은 생리를 하게 된다. 너무나…사람들이 왜 유산에 관한 얘기라고 해석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면 그냥 남감독의 자기만족인 것 같기도 하고.. 왜 그 이상한 자궁과 생리에 대한 이상한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나. 특히 예술남들. 나는 그 언니 소설 속 생리의 묘사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뜨거워”세상에…여기까지 쓰고 삼시세끼에 나오는 염정아님의 코멘터리를 본다….
테마곡이 너무 좋다. 피아노로 연습해야지… 왓챠에도 넷플릭스에도 웨이브에도 없어서 시즌 올레TV에서 겨우 찾아서 봤다. 음질도 화질도 아쉬웠다…처음으로 볼 땐 왓챠로 봤던 거 같은데 서비스가 종료되었다. 시즌…. 영화를 들여 놓을 거면 사운드는 잘 들여놔야 할 거 아냐…ㅠ 음악 때문에 보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소리 깨져서 세상에…하면서 들었다. 솔직히 화질이 어느정도 안 좋은 것도 좋아하고 음질이 안 좋은 뭉개진 음악은 그대로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끝까지 본거지, 좀 아쉽긴 했다. 좋은 음질의 사운드로도 보고 싶다. 영상미도, 사운드도 예술인 영화인데 여러모로 아쉽다.
그래서 이 영화가 보여주고 싶었던 건 뭘까. 임수정의 정신질환 보고서? 이 영화는 장화홍련전을 상상한 임수정의 이야기 이다. 새엄마에대한 미움으로 동생을 잃어버린 임수정의 미쳐버린 이야기이다.
생각해 보니까 염정아는 문근영을 살릴 수 있었음에도 망설이고, 임수정의 태도에 마음을 굳히고 문근영을 죽게 놔둔다. 그리고 결국은 그 집으로 들어가 악몽을 시작한다.
감독은 장화홍련전을 현대로 바꾸고 싶었나? 권선징악을 그리고 싶었나?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냥 장화홍련전을 본딴 영상미가 죽이는 현대판 비극을 그리고 싶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