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생의 한가운데

밤거미 2021. 8. 30. 00:43

책을 읽고 있다. 내가 예전부터 은은하게 덕질을 하고있던 안예은님이 인생의책이라고 꼽았던걸 기억하고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보통 나는 책을 읽거나, 웹툰을 보거나, 드라마를 볼때엔 미리보기로 줄거리를 보고 내 흥미를 돋구는 경우에만 시도한다. 나이가 들수록 흥미를 돋구는 작품들이 줄어드는게 슬프다. 아무튼, 생의 한가운데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추천책이고, '생의 한가운데'라는 이름이 마음에 든단 이유로 어떤 정보도 검색해보지 않고 무작정 빌려서 무작정 첫장을 넘겼다. 그런데 그런 순간이었던 것이다. 인생의 책을 만난 운명적인 순간.

 

나는 이 책이 고전문학인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소 시대착오적인 전개가 나올것을 각오했다. 그래도 뭔가 얻을게 있겠지, 하는 오만한 생각으로 책을 앍기 시작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나는 대략 100 페이지 정도를 읽고 그만뒀다. 그리고 꽂히는 문장을 표시하는 것을 그만두고 책을 샀다. 두세페이지 걸러서 내가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란 내가 깊이 공감되었던 문장과 비슷한 말이기도 한데, 내 머릿속에서 나도 모르게 흘러가고 있던 감정이나 생각들에 무게를 달아 밖으로 건져내는 문장들이다. 그래 맞다, 나는 이런 기분을 느꼈어, 이런 생각을 했지, 이런 문장들이 내가 기억하고 싶은 문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있다. 그런 의미에서 생의 한가운데는 소설이라기 보단 에세이같았다. 스토리의 전개가 궁금하기보단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생각에 깊이 공감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니나는 우수에 가득찬 사람이다.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선택하고자 하지만 결국은 삶이 주는 결과에 순응하기도 한다. 나는 내 모습을 주인공에게 투영시켰다. 니나가 했던 고민들은 내가 했던 고민들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남자의 사랑때문에 고민하진 않았다. 그러나 삶에 있어 항상 혼란스러웠던 것은 같다.

 

현재 내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은 내 삶에서 무엇에 우선가치를 두어야 하는가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에 내 인생을 헌신할 수도 있고, 여유롭고 즐거운 삶을 살기위해 노력할 수도 있다. 여자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힘든 세상에 맞써 권력을 추구할수도 있다. 그러나 이중 하나는 선택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 모두이기 때문이다. 목적과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부재하고 있는 인생은 혼란스럽다.  후회없이 살기위해 추구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후회없는 삶이란 무엇인가? 

일이 끝나고 먹을것을 잔뜩 사서 집에서 배가 터지도록 먹어서 채우고자 하는 것은 어떤 부분인가? 몰입도 높은 소설과 웹툰, 드라마를 보면서 도피하고자 하는 내 인생의 큰 질문의 답은 무엇일까? 나는 언제쯤 제대로 이런 질문들을 똑바로 보고 답을 내릴 수 있을까? 혹은 고민이라도 할 수 있을까?

잘모르겠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데, 가야할 방향도 잡지 못하고 있으니 너무다 혼란스럽다. 책에서 니나가 말했듯이, 나는 수많은 것들에 영향받아서 자고 일어나면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 된다. 내가 구부려서 내 안을 보면 그속에는 수많은 내가 있다. 그중 어느것 하나도 참된 내가 아니고, 매 순간 그 중 하나를 선택해서 그것이 나인양 살고 있는 것이다. 이 문장을 읽고 얼마나 감탄했는지 모른다. 더없이 혼란한 내 감정을 이렇게 잘 표현한 문장이 있을까.  니나처럼 나는 수많은 자아중 어떤것도 선택하지 못했다. 그래서 생 가운데를 헤매고 있다. 아무데도 속하지 못하고 불안정속에 혼자 있다. 선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가까이 다가가보면 또다른 흐릿한 형상이었다. 이 굴레에 지쳐서 나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사람이 되고 만 것이다. 

 

 

 

글을 쓰면 좀 명확해질 줄 알았는데 더 굴속으로 파고들어가서 어두워진 기분이다.. 그래서 내 삶의 방향성은 어디에 있을까?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추구할 수 있는 것들이 좋을 것 같다. 권력, 부, 어떤 지위같은 이루고나면 끝인것보다 세상에 대한 관심을 끊지 않고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내가 싫어하는 옆자리의 사람보단 높이 올라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살아가기, 공부하기를 멈추기 않기 같이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갈 수 있는 것들 말이다. 무엇을 위해 노력할 것인가? 무엇이든 남의 시선에 흔들릴때 중심을 잡기 위해 필요하다. 지금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지금은 학문에 열중하고, 세상에 대해 좀더 공부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늘리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잘해주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세상에게 좋은 영향을 주려고 노력하자. 잘모르겠으니까 일단 다하자. 그리고 회피하지 말고 열심히 고민하자.

 

진짜 감상문은 책이 오면,, 내가 기억하고 싶은 모든 문장에 줄을 긋고 내 생각도 적어가면서 지저분하게 독서를 끝낸후 하기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