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트 앤 본 (De rouille et d'os)
아무거나 써보지뭐... 글을 쓰는건 시작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아무거나 싸놓으면 미래의 내가 잘 수정할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써본다. 10분 컷으로 끝내겠어.
rust가 대출 rotten이랑 비슷한 뜻인 줄 알고 영화를 봤다. 영화를 다 보고 정확한 뜻이 궁금해서 검색해봤더니 녹슬다는 뜻이었다. 우선 영화를 보면서 남주가 계속 못마땅했다. 그 좋은 피지컬로 이 세상에 백인 남성으로 태어났으면서 그렇게밖에 못살아?! 싶었다. 여자는 꼬시는 대로 넘어오고, 착한 누나덕에 집도 해결되다니 이렇게 행운안데 아들은 지기분대로 막대하고 제대로된 판단도 못해서 누나 직장도 짤리게하고..그러고도 반정도는 용서받아서 아들을 보게 하다니 정말 세상이 너그럽다..이런 생각이 초반까지 주된 흐름이었다.
그러다가 여주, 스테파니의 이야기에 좀더 무게가 실리면서 나는 이 영화를 보게된 이유를 떠올리게 된 것이다. 이 영화는 책 정확한 사랑의 실험의 첫 챕터에서 조제 영화와 같은 맥락으로 묶인 영화였다. 서문을 다 읽고 첫 장을 넘기자마자 내가 모르는 영화가 한개 있길래 이건 보고 마저 읽어야지 싶어서 러스트 앤 본을 보게됐다. 둘다 여주가 휠체어를 타고 성장을 한다는 점에서 큰 공통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여주가 가리고 싶어하던 의족을 드러내고 남자들의 세계에서 한자리를 차지할때 평소에는 느낄 수 없었던 어떤 짜릿함마저 느꼈다. 이런 느낌은 마치 조제가 장을 본 바구니를 매달고 가는 뒷모습을 봤을 때와 궤를 같이한다. 밖에 나가는 것도 싫어하던 스테파니가 처음 수영을 했을 때, 고래 때문에 다리를 잃게 된 스테파니가 다시 고래를 보러갔을 때, 의족을 계속 가리던 스테파니가 당당하게 의족을 드러내고 나왔을때, 계속 스테파니를 응원했다.
한편으로는 나라면? 내가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잃게 된다면 내 반응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계속 했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야 모르는 부분이지만, 나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봤을 때, 빠르게 적응하고 서서히 우울감에 쌓여서 남들은 안심시켜놓고 무너질 것 같다.
두 영화 모두 특별하지 않은 남자에 의해 여자가 성장을 한다는 점에서 볼만했다. 또 둘다 바다의 비치는 햇빛, 윤슬을 아주 아름답게 담아서 수영하는 장면을 넋을 잃고 봤다. (수영하고 싶은데 코로나때문에 하지도 못하고... 바다 보러가고 싶은데 시간도 없고...)그리고 조제는 지금 기억이 희석되서 정확하지 않지만 러스트 앤 본 에서의 남주의 비율이 더 많은 것 같다. 아들을 잃을 뻔하고 두려움에 떨며 스테파니에게 온 전화를 받으며 사랑한다고 한다. 소중한 것을 모르고 마음 내키는대로 살던 남주의 계단형 성장을 볼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결말은 맘에 안들었다. 남주 너무 잘사는데ㅡㅡ
이 정도가 내 10분컷 감상문이다. 평론가는 좀 다르겠지? 기대한다...